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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선수 인권 무시한 스포츠혁신위 [김세훈의 스포츠IN]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 문경란 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중 대회 참가 및 개최 금지. 최저 학력에 미달하면 대회 참가 금지 및 특기자 선발 제외. 합숙소 전면 폐지….

스포츠혁신위원회가 4일 밝힌 2차 권고안 주요 내용입니다. 혁신위가 지향하는 방향인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에는 절대적으로 지지합니다. 그러나 혁신위가 밝힌 구체적인 권고안은 비민주적이고 좀 더 강하게 표현한다면 폭력적입니다.

혁신위가 밝힌 6개 권고안 중 맨 앞에 있는 게 “학기 중 주중 대회 참가를 금지한다”입니다. 가장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에 가장 앞에 놓았겠죠. 이것부터 현장 목소리를 외면한 일방적인 권고안입니다.

하루 이틀짜리 주말 대회를 하려면 많은 팀들, 많은 선수들이 가능한 가까운 지역에 한데 모여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동도 쉽고 대진도 짜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런 조건을 가진 곳은 수도권 지역, 일부 종목에 불과합니다. 대다수 종목에서 짧은 주말 대회를 집중적으로 하게 되면 여러가지 문제에 직면합니다. 선수들은 단체로 장거리를, 그것도 자주 이동해야 합니다. 혁신위는 주중 대회를 해야 할 경우라면 정규 수업을 마치고 하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오후 3시 전후 수업을 마친 뒤 장거리 이동을 해서 대회장으로 가서 경기를 하라는 겁니다. 선수들은 피곤할 수밖에 없고 대회 개최 비용, 선수단 부담 비용도 급증합니다. 과연 이게 학생 선수들이, 학부모들이, 지도자들이 원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권고안대로 주말에만 대회를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주말 동안 모든 일정을 끝내려면 선수들은 하루 이틀 안에 무리해서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합니다. 반대로 여러 차례로 쪼개 주말 대회를 치른다면 선수들은 더 자주 이동해야 하고 모든 비용과 모든 행정적 업무가 급증합니다. 체급별로 하는 투기 종목은 더욱 심각합니다. 하루에 모든 경기를 몰아서 해야 합니다. 다쳐도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경기를 해야 합니다. 어린 학생들에게 이게 과연 좋은 건가요? 그래서 주말에 대회를 쪼개서 한다고 칩시다. 복싱을 예로 들겠습니다. 복싱 선수인 경우 하루 한 경기 정도만 해야 합니다. 만일 64강이 참가하는 대회를 토요일에 치른다면 결승까지 6주가 필요합니다. 주말마다 장거리를 이동해야 합니다. 이번 주 이긴다면 다음 경기를 위해 일주일 동안 또 체중조절을 해야 합니다. 결승까지 오른 선수는 6주 동안 체중과 싸워야할 겁니다. 너무 비인간적이지 않나요? 그렇다면 주말을 끼고 5~6일 정도 일정으로 대회를 치르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골프 대회를 주말에 치른다면 더 높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성인 주말 골퍼들이 없는 골프장을 찾기 힘듭니다. 그린피를 무척 비싸게 지불한다고 해도 골프장을 빌릴까 말까입니다. 설사 그런 곳을 찾았다고 해도 그곳은 시설이 나쁜 곳이든가, 외딴 지역에 있는 골프장일 겁니다. 또 팀 수와 선수 수가 부족한 기초 종목, 이른바 비인기 종목의 경우 선수들이 대회를 치르기 위해 더 멀리 이동해야 합니다. 한곳에서 많은 팀을 모아놓고 며칠 동안 리그 형식으로 대회를 치르는 게 학생 선수, 학부모, 지도자, 경기 단체 등에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 아닐까요?

주말에 대회가 집중된다면 학생 선수는 주말에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가족들은 여행도 마음대로 가지 못할 겁니다. 일요일까지 대회를 한다면 종교 활동에도 제한을 받을 거고요. 주말에 대회를 한 학생 선수들에게 주중에 휴식 시간을 보장하라고 혁신위는 권고합니다. 친구들도, 가족도 쉬지 못하는 주중에 학생 선수 혼자 쉬는 게 학생 선수들을 더욱 고립시키는 게 아닐까요? 혁신위는 운동부를 “섬”이라고 했습니다. 친구들과 식구들이 쉴 때 대회를 치르고 친구들과 식구들이 공부하거나 일할 때 혼자 쉬는 게 더욱 고립된 섬으로 만드는 건 아닐까요? 운동선수들은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게 아니라 회복 훈련을 하면서 쉬는 게 좋다는 걸 모르시나요?

혁신위는 주중 대회를 주말 대회로 전환하라고 대한체육회에 권고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이미 비현실적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답니다. 그런데 혁신위는 사실상 2020년부터 주말 대회를 시행하라고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60개가 넘는 종목 가맹단체들이 모두 이를 수용할 수 있을까요? 체육인들은 이미 주중 대회 출전 금지 및 개최 금지에 대해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내년도 주말 대회 전면 실시를 권고한 혁신위 태도는 현장을 무시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혁신위가 체육계 현장 목소리를 진정성 있게 듣고 효과적으로 반영했는지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입니다. 만일 현장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반영했다면 ‘주중 대회 단계적 축소 및 주말 대회 개최 권고’ ‘종목별 특성을 살린 선택적 주말 대회 개최’ ‘최소 2~3년 정도 유예기간’이라는 권고가 나왔어야 합니다. 이 정도가 민관합동 자문위원회가 제시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이 아닌가요?

학생 선수들이 수업을 빠지고 대회에 나갈 때는 공결처리를 합니다. 주중 대회에 출전하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혁신위는 이마저 못하게 하려고 합니다. 모두 알다시피 일반 학생들도 가족 여행, 체험학습 등을 이유로 공결처리를 받습니다. 학생 선수가 대회 참가를 위해서 공결처리를 하는 게 잘못됐나요? 2018년 기준으로 학생 선수들의 연평균 공결처리 일수는 초등학교 5.1일, 중학교 12.7일, 고등학교 20.8일입니다. 교육부가 지난해 4월 공결 한도로 정한 수업일수 3분의 1인 60여일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고등학교 때는 취업 준비 등을 이유로 공결처리를 자주 받는 일반 학생들도 적잖습니다. 차라리 공결처리 가능 날짜를 현실적으로 정해주고 이를 이용해 주중 대회 참여를 허용해주는 게 학생 선수들을 일반 학생들과 차별하지 않는 방법일 겁니다.

합숙소에 대해 혁신위가 내놓은 대안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혁신위 권고안에는 “때때로 폭력, 성폭력이 발생하는 학교 내 공간이다. 합숙소 존재 자체가 반교육적, 반인권적”이라고 적었습니다. 기자도 이 의견에 큰 틀에서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합숙소 폐지라는 대안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합숙소 운영 가이드 라인을 정하거나 학교 내 기숙사를 학생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개방하겠다는 게 진정으로 학생 선수, 학부모를 위한 게 아닐까요? 운동부 지도자 중 인격적으로 덜 완성된 사람, 학생을 돈으로만 보는 사람,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지도자도 무척 많습니다. 그런데 혁신위가 학교 운동부와 관련된 많은 권고안을 규제, 제한 위주로 내놓은 건 지도자들을 잠재적인 죄인으로 보는 건 아닌가요? 혁신위는 문체부, 시도교육청, 시도체육회에게 학교 운동부 지도자들의 고용 불안정을 개선할 수 있는 예산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요? 국고, 지방비로 학교 지도자들의 월급을 주는 게 맞나요? 체육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국고로 지방비로 월급을 달라고 하면 줄 건가요? 예산 지원 방안이 이번 정권에서는 된다고 해도 다음 정권에서도 지속 가능한가요?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나중에 더 큰 혼란을 예고하는 얄팍한 당근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책은 정책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취지에 공감하고 자발적으로 동참해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현장 반발이 심한 정책은 실효성을 거두기 힘듭니다. 만일 노동 분야라면, 교직원 분야라면, 공무원 분야라면, 법조인 분야라면, 기업 분야라면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정책이 이렇게 쉽게 나올 수 있을까요. 운동선수, 학생 선수들이 만만해서 이런 권고안이 나온 건 아닌가요?

노동혁신위원회라는 곳이 있다면, 그곳에서 내놓은 권고안은 궁극적으로 노동자들이 수혜자가 돼야 할 겁니다. 만일 학교혁신위원회라는 게 있다면 수혜자는 역시 학생, 교사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학생 선수에 대한 권고안을 중점적으로 발표한 최소한 지금까지는) 스포츠혁신위원회 수혜자는 운동 선수, 학생 선수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혁신위는 운동부 지도자, 학교 운동부를 적폐, 혁신, 개혁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합니다. 그게 공부든, 운동이든, 미술이든, 음악이든, 기술이든, 요리든 뭐든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해야지 자발적으로 몰입할 수 있고 그래야만 결과에 상관없이 후회도 하지 않을 겁니다. 이는 헌법에 명기된 직업 선택의 자유, 행복 추구권과도 부합합니다. 혁신위는 교육받을 권리도 헌법에 있는 기본권이라고 주장합니다. 물론 맞습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조항은 경제적 형편, 장애 유무, 출신 지역, 피부색 등에 따라 교육을 받을 권리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육에 대한 권리가 헌법에 명기돼 있다고 해서 이게 직업 선택의 자유, 행복추구권보다 우선한다고 볼 객관적 근거는 없습니다. 헌법은 130개 조항으로 돼 있습니다. 굳이 순서를 예로 든다면 직업 선택의 자유는 제15조에 나오고 행복 추구권은 그보다 앞선 제10조에 나옵니다. 교육받을 권리는 제31조에 있습니다.

공부는 물론 필요합니다. 하지만 공부가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공부가 모든 걸 해결해준다면 왜 대학교 졸업자, 석박사들이 숱하게 많은 한국에서 이렇게 취업난이 극심할까요? 그리고 대학 졸업장 유무와 상관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운동뿐만 아니라 노래로, 기술로, 춤으로, 요리로, 연기로, 그림으로, 장사로, 아이디어로 말이죠. 다양성이 인정되고 존중받는 사회, 개인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사회일 겁니다. 다양한 꿈을 꾸면서 개인 행복을 추구하고 그걸 위해 자신들의 삶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려는 청소년들을 공교육이라는 고정된 틀 안에 똑같은 형태로 집어넣으려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은 아닐까요? 그리고 현재의 공교육은 과연 입시위주 교육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까? 그 안에 학생 선수를 넣으면 그들이 정말 자발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을까요?

혁신위는 “이 같은 권고안이 엘리트 죽이기가 아니라 엘리트 살리기”라고 자평했습니다. 엘리트는 비단 스포츠에만 국한된 건 아닙니다. 과학 영재, 음악 영재, 미술 영재, 수학 영재, 언어 영재 등도 그 분야 엘리트입니다. 이들을 살리는 정책이라면 이들이 과학자로, 음악가로, 가수로, 화가로, 댄서로, 수학자로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일 겁니다. 이들이 그 길로 가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미리 공부해야 한다는 논리는 엘리트가 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전략입니다. 이런 대비책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는 일종의 출구 전략일 뿐 본질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그걸 육성하는 정책과는 거리가 멉니다.

혁신위에 묻고 싶습니다.

“학생 선수들을 정말 사랑하십니까? 학생 선수들이 꿈을 이루는 걸 도와주고 싶습니까? 학부모들의 부담을 진정으로 줄여주시고 싶습니까? 학생 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공부, 학생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공부를 가르쳐주고 싶은 의사가 정말 있으십니까? 이들을 위한 권고안을 마련하는 과정이 공정하고 민주적이었습니까? 결과가 정의로울 것이라고 확신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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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산업팀 차장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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