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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1주년] 청각장애 3급 한국테니스 유망주 이덕희 인터뷰

1944년 여름, 영국 버킹엄셔 스토크 맨더빌 병원 척추마비센터는 환자로 넘쳐났다. 나치 독일군의 퇴각로에서 폭음이 거세졌다. 전선에서 생환한 부상병이 매일같이 실려 왔다. 생환 이후의 생존은 또 다른 문제였다.

 

병상에서 하루 종일 천장만 응시하는 부상병의 자아는 육체와 함께 시들었다. 부상병을 어떻게든 침상에서 일으켜 세워야 했다. 이 센터 설립자인 신경외과 전문의 루드비히 구트만 박사는 스포츠에서 답을 찾았다.

 

구트만 박사는 휠체어에 앉아 막대기를 던지는 놀이로 부상병의 재활을 유도했다. 이 재활 프로그램은 곧 영국 전역으로 퍼졌고, 전후에는 유럽 각국에서 부상병이 출전하는 운동회로 확대됐다.

 

파라스포츠(장애인 체육·Para-sports) 선수는 그렇게 등장했다. 움직이지 않던 몸을 일으켜 세우는 일, 한때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일, 파라스포츠 선수들은 한계에 굴복하지 않고 인간 스스로를 향해 찬가를 부르고 있다.

 

빛이 있는 한, 적막에 굴복하지 않겠다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 옆 실내테니스장에서 훈련 중 공을 받아치며

상대방의 움직임을 살피는 이덕희의 스트로크 동작.


한국 테니스 유망주 이덕희(21)는 청각장애 3급을 안고 태어났다. 귀에 대고 하는 말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청력을 잃었지만,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와 한 등급 아래인 챌린저 투어에서 동등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덕희의 ATP 투어 세계 랭킹은 250위다. 한때 130위까지 치솟은 적도 있다. 이덕희의 현재 순위는 정현, 권순우에 이어 한국 선수 3위에 해당한다.

 

이런 이덕희가 최근 가장 의아했던 날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ATP 투어 윈스턴세일럼 오픈 본선 단식 1회전을 통과했던 지난 8월 20일이었다. 헨리 라크소넨(105위·스위스)을 이긴 뒤 ‘벼락 스타’가 됐다. 자신의 SNS 댓글이 요동쳤고,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ATP 투어 홈페이지 헤드라인을 장식한 사진도 자신이었다.

 

당시 이덕희의 승리는 1972년에 출범한 ATP 투어에서 47년 만에 처음으로 청각장애 선수가 신고한 1승이었다. 이덕희는 연중 출전하는 20~30개 대회에서 그저 1승을 거둔 것뿐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루아침에 세상은 달라져 있었다.

 

국제테니스연맹(ITF) 태국 서킷 출전을 위해 잠시 귀국한 지난달 20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실내테니스장에서 아침 훈련을 끝낸 이덕희를 만났다. 이덕희는 “당시 승리에 놀라는 사람들을 보면서 조금은 의아했지만, ATP 투어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덕희와 인터뷰는 매니지먼트사 직원을 사이에 둔 구화(입모양을 읽는 청각장애인의 대화법)로 이뤄졌다. 가족이나 연인이 구화를 대신 통역할 때도 있다. 이덕희는 수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덕희는 어릴 때부터 ‘들리지 않는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언제나 밖에서 뛰어놀길 좋아했다. 일곱 살이던 2005년, 사촌형을 따라간 테니스장에서 라켓을 처음 손에 쥔 뒤부터 이덕희는 매일같이 코트로 달려 나갔다. 밥그릇을 비우기가 무섭게 라켓을 집어 들었고,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공을 쳤다.

 

테니스는 공의 궤적을 보기 전에 라켓이나 바닥에 튀는 소리를 먼저 들어야 하는 종목이다. 적막은 핸디캡이 될 수밖에 없다. 이덕희는 남들보다 들리지 않는 만큼 노력해야 했다.

 

“코트에서 한 번의 게임이 끝날 때까지 눈을 깜빡이지 않고 집요하게 공을 바라보는 훈련을 반복했습니다. 몇 번의 랠리에서 상대방의 스트로크(라켓으로 공을 타격하는 동작)를 파악하면 구질과 습관까지 보였어요.

” 이덕희의 눈매가 날카로웠다.

수화를 대신해 구화를 익히도록 혹독하게 교육한 아버지는 결국 이덕희에게 심판의 콜 사인을 눈으로 읽어내는 능력을 선사했다. 콜 사인을 읽어내지 못해 실수해도 ‘수신호로 알려 달라’고 요청하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이덕희는 열두 살이던 2010년 종별선수권, 학생선수권, 회장기를 석권하고 또래를 압도했다. 일본 쓰쿠바대 퓨처스 대회 본선 1회전 승리로 ATP 투어 랭킹 포인트를 처음 획득해 세계 랭킹 1569위에 올랐던 2013년 4월, 이덕희의 나이는 고작 만 14세 11개월이었다.

 

당시 스페인 언론 보도로 이 소식을 접한 라파엘 나달(1위·스페인)이 “이덕희의 인생극복기는 우리에게 도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는 평을 트위터에 적을 만큼, 이덕희의 승리가 주는 감동은 남달랐다. 이덕희는 이제 나달 같은 세계 톱랭커를 목표로 질주하고 있다.

 

사연보다 승부를, 눈물보다 박수를

이덕희가 국제테니스연맹(ITF) 태국 서킷 출전을 앞두고 잠시 귀국한 지난달 20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오전 훈련을 마친 뒤 라켓을 어깨에 걸치고 밝게 웃고 있다.


이덕희는 다른 파라스포츠 선수들과 비교하면 핸디캡이 적은 편이다. 패럴림픽에 도전하는 선수들 중 상당수는 척수장애로 인해 팔다리나 하반신의 근력이 줄어든 근력결손, 절단 등의 상해로 팔다리를 잃은 사지 손실·결핍, 구조적으로 관절이 제한적으로 움직이는 수동관절가동범위제한, 혹은 지적장애나 시각장애를 극복하며 훈련하고 있다.

 

2015년 8월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수색작전 중 북한이 매설한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가 대표적이다. 하 중사는 이제 2020 도쿄패럴림픽 조정에 도전하는 국가대표다.

 

지난 10월 서울에서 열린 장애인전국체육대회 조정 남자 싱글스컬 PR1 1000m에서 5분20초12를 찍고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반신을 사용할 수 없어 어깨와 팔로 노를 저으면서 패럴림픽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고 있다.

 

파라스포츠 선수들이 원하는 것은 올림픽 국가대표나 프로스포츠 선수와 같은 박수와 환호다. 이미 새로운 삶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들에게도 지나간 사연보다 다가오는 승부가 중요하다. 이덕희가 ATP 투어와 챌린저 투어에서 비장애인 선수들과 동등하게 경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덕희는 “하고 싶은 일이라면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나에게는 그게 테니스였다. 어디까지 올라갈지는 모르겠지만 최고의 테니스 선수를 목표로 삼고 있다. 끝까지 도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파라스포츠 선수들에게 특별한 시선을 보내는 것보다 똑같이 응원하고 경기를 즐겨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덕희는 인터뷰 닷새 뒤에 개막한 ITF 태국 서킷에 출전했다. 지난 1일 태국 논타부리에서 열린 이 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이마이 신타로(307위·일본)를 2대 0(6-1 6-4)으로 꺾고 우승했다.[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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